• 사진
    Lifelog 2023. 4. 30. 19:31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대학생 쯤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막 디지털 카메라가 유행하기 시작할 쯤으로,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제품을 찍는 용도로 디지털 카메라를 접하였다.
    백만화소짜리 였는데, 지금에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가격도 좀 있고 상당히 좋은 제품이었다.
    몇번 찍다가 보니까 이게 은근히 재밌더라.
    그전까지만 하더라고 그냥 똑딱이 필름 카메라만 가지고 있었어서 매번 인화하고 그러는 것이 귀찮기만 했었는데,
    근데 이건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가 보정 프로그램으로 마음껏 바꿀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월급을 모아 용산을 가서 큰 돈을 주고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시절이라 사기에 가깝게 비싸게 주고 샀었다.
    사실을 몇일 뒤에 알았고, 따지러 갔다가 환불은 커녕 꼬임 수에 넘어가 더 비싼 카메라를 샀던 기억이 있다.
    인생을 배운거지. 아무튼 그 카메라로 정말 많은 것을 찍었다.
    보정하는 재미도 꽤나 있었는데, 그때 익힌 몇가지 방법들로 사진을 보정해주는 아르바이트도 하곤 했다.

    그리고 렌즈 교환식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소니 알파200이라는 엔트리급 제품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아끼고 또 아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받은 스트랩은 아직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 렌즈를 사용해보았다. 표준줌부터 광각, 망원, 단렌즈.
    찍다보니 욕심이 생기고 결국 풀프레임 카메라로 넘어가게 되었다. 소니 알파900.
    나한테 맞는 화각이 35미리랑 50미리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어찌하다보니 오래된 수동 렌즈에 한동안 푹 빠지게 된다.
    당시 알게된 칼자이쯔 플라나의 매력은 아직도 내 사진의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무거운 카메라는 정말 쓸데가 없더라.
    기저귀 챙기기도 바쁜데 카메라랑 렌즈를 들고 이곳 저곳을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나 둘 정리를 하고 가벼운 소니 RX-1을 들였다. 그래도 풀프레임에 35미리 칼자이쯔.
    자동으로 초점 맞춰주는 속도가 느려 아이를 찍기엔 쉽지 않았지만,
    그나마 골동 수동 렌즈에 단련된 몸이라 수동으로 찍을 땐 그나마 괜찮은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참 좋아지는 바람에.
    물론 소프트웨어로 처리된 느낌은 큰 렌즈가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인스타나 뭐 그런데 올리면 사실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RX-1은 결국 책장 장식용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코로나도 끝나가고 모처럼 날씨가 좋아 밖으로 나가 보았다.
    봄이라 그런지 미세먼지나 황사만 없으면 햇살도 좋고 다채로운 색상의 세상이 보인다.
    음식점을 가면 맛있는 음식이 있고, 멋진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여전히 아름다운 부인과 귀엽고 잘생긴 아이의 웃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다시 한번 예전처럼 카메라를 가지고 이러한 장면들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무거운 것들을 당장에 다시  들이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속으로 다시 한번은 들어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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